na-smile 님의 블로그

한국 건축

  • 2025. 3. 29.

    by. na-smile

    목차

      1. 낭만일까, 불편일까?

       요즘 SNS나 유튜브에서 ‘한옥 살이 브이로그’를 자주 볼 수 있다. 고즈넉한 마당, 나무 향 가득한 내부, 햇살이 쏟아지는 툇마루. 누구나 한 번쯤 “나도 저런 데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말도 나온다. “한옥은 예쁘긴 한데, 불편해서 못 살아.” 

       정말 그럴까? 전통이 오래된 만큼 불편함도 많은 걸까? 아니면, 우리가 몰랐던 장점이 있는 걸까? 직접 한옥에서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지금부터는 실제 거주자들의 생생한 후기를 통해, ‘한옥 = 불편’이라는 편견을 다시 들여다보려 한다.

       

      ‘한옥 = 불편’? 실제 살아본 사람들의 충격 후기

      2. 한옥,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한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열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다. 맞다. 일반적인 아파트처럼 이중창이나 벽단열이 잘 되어 있진 않다. 하지만 실제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 온돌의 진가, 살아봐야 안다

       서울 은평 한옥마을에서 2년째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김정은 씨는 말한다.

      “겨울에 춥다는 건 옛말이에요. 구들장으로 제대로 시공된 온돌은 정말 따뜻해요. 오히려 아파트보다 덜 건조해서 감기도 덜 걸리더라고요.”

       한옥은 벽을 통해 난방하지 않고, 바닥 전체에서 열이 올라오는 구조다. 이는 체온과 직접 맞닿는 바닥 중심 난방으로, 효율이 상당히 높다. 전통 한옥이 유난히 ‘앉은 문화’에 맞춰져 있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 여름엔 바람길이 만든 천연 에어컨

       또 다른 거주자인 남양주의 한옥 리모델링 거주자 이재훈 씨는 이렇게 말한다.

      “여름에 에어컨 틀 일이 없어요. 마루 열면 바람이 양쪽에서 훅훅 들어와요. 덥다가도 어느 순간 시원해져요.”


       한옥은 창문과 문이 일직선상에 놓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여름철엔 자연풍이 집안을 그대로 통과한다. 이는 자연환기 구조 덕분이다. 단열이 약한 게 아니라, ‘단열보다 환기’를 우선했던 설계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패시브 하우스와도 닮아 있다.

       

       

      3. 곰팡이? 벌레? 관리하기 나름이다

      “한옥 살면 벽에 곰팡이 피고, 나무 틈으로 벌레 들어온다더라.” 자주 들리는 이야기다. 맞다. 전통 한옥은 나무와 흙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하고 벌레가 생기기 쉽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고생하는 건 아니다.

      🔹 한지와 황토, 알고 보면 습도 조절 천재

       용인에 거주 중인 한옥 커플은 말한다.


      “비 오는 날엔 살짝 눅눅해지긴 해요. 근데 한지랑 황토벽이 습기를 빨아들이는 게 눈에 보여요. 진짜 자연 제습기 같아요.”

       

       한지는 다공성 소재로, 공기와 습기를 동시에 조절한다. 또 황토는 원적외선을 방출하면서 습도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 물론, 한옥 구조 자체가 현대식처럼 완전히 밀폐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습기 차단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기적인 환기, 적절한 관리만 해주면 문제는 크지 않다.

      🔹 벌레? 대신 화학 냄새 없는 집

       벌레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특히 나무 사이, 벽 틈 사이로 개미, 지네, 거미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건 거의 대부분 환기 부족이나 관리 미흡에서 비롯된다.

       

      “아파트 살 때는 곰팡 이제, 방향제, 접착식 벌레약까지 냄새가 진동했는데, 지금은 그게 없어요. 뭔가 더 건강해진 느낌이에요.”

      (경주 전통한옥에서 1년째 살고 있는 윤정희 씨)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집은 ‘완벽한 밀폐’가 어렵지만, 반대로 환기와 공기 흐름이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다. 벌레 문제도 일회성 방제보다 지속적인 청결과 구조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4. 생활 편의성? 오히려 더 단순하고, 더 집중된다

       한옥에 살아본 사람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있다. 바로 “생활이 단순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전통 구조의 한계이자 장점이다.

      🔹 작고 불편한 공간, 오히려 집중을 만든다

      “처음엔 불편했어요. 방마다 콘센트도 적고, 붙박이장도 없고요. 근데 어느 순간 ‘진짜 필요한 것’만 갖고 살게 되더라고요.”

      (제주 전통가옥에서 리모델링 거주 중인 박나래 씨)

       

       한옥은 본래 여백의 미를 중요하게 여겼다. 쓸모없는 장식이나 구조물 없이 ‘비워두는 미학’을 실현했다. 그 덕분에 거주자는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소비와 복잡함을 줄이고,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자연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하루

       아파트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구조다. 하지만 한옥은 마당을 기준으로 바깥과 소통한다. 이는 사람의 생활 리듬을 자연과 연결시킨다.

       

      “새벽엔 새소리로 깨고, 오후엔 햇살 따라 움직이고, 밤엔 바람 소리 들으면서 잠들어요. 이게 정말 힐링이에요.”

       

       전등을 켜도 낮처럼 밝은 현대 주거공간과 달리, 한옥은 자연광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이는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주고, 몸과 마음이 제자리를 찾게 만든다는 후기들이 많다.

       

       

      5. 문화적 자부심, 삶의 철학이 되는 공간

       한옥은 단지 예쁜 집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생활 방식, 철학, 자연관이 담겨 있다. 살아본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지 거주공간이 아니라, ‘삶의 태도’가 바뀐다”라고 이야기한다.

      🔹 한옥은 ‘느림’의 미학을 가르친다

       “아파트 살 땐 뭐든 빨리빨리였어요. 근데 한옥 살다 보니, 문 여는 데도 두 손 써야 하고, 빨래도 마당에서 널어야 하잖아요. 불편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어요.”

       

       한옥은 효율보다는 ‘관계’와 ‘과정’을 중시한다. 마루에 앉아 잠시 하늘을 보고, 차를 마시며 이웃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 그 모든 것이 ‘낭만’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다.

      🔹 ‘내가 공간을 고친다’는 만족감

       요즘 한옥은 대부분 리모델링을 거쳐야 거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집과 나 사이의 애착이 생긴다고 말한다.

       

       “직접 기와도 몇 장 바꿔보고, 창호지도 발라보고, 페인트도 칠했어요. 아파트처럼 ‘이미 완성된 집’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집이라는 느낌이에요.”

       

       이처럼 한옥은 ‘소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 안에서 거주자는 능동적인 삶을 살게 되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해 간다.

       

       

      6.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한옥은 분명 불편하다. 단열도, 방음도, 수납도 아파트처럼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삶의 가치가 있다. 직접 살아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예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한옥은 단순한 집이 아니다. 삶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집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잊고 지냈던 감각을 되찾고, 진짜 나다운 삶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한옥에 관심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자. 불편함을 피할 생각만 하지 말고, 그 속에 어떤 새로운 경험과 통찰이 숨어 있을지 궁금해하자. 그 호기심이 당신을 지금과는 다른 삶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